[형법 총론] 공범의 일반이론

2022. 3. 31. 16:48형사법

 

오늘은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 신분관계에 따른 공범, 간접정범 모두를 포괄하는 '공범'의 일반 이론을 정리해보겠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 부터 제34조(간접정범)까지 형법 총론에서 다루고 있는 공범규정은 각론에서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된다. 즉, 각론에 따로 공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면 각론을 적용한다.

 

 

공범 중에는 구성요건 자체가 반드시 2인 이상의 참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필요적 공범이라고 한다.

 

이 필요적 공범은 다시 집합범과 대향범으로 나뉘게 된다.

이제 집합범과 대향범의 예를 통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제115조 (소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16조 (다중불해산)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다중이 집합하여 그를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3회 이상의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87조 (내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소요죄, 다중불해산죄, 내란죄 모두 집단범죄, 즉 집합범에 해당하는데 각 조문을 살펴보면 개중에도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있고, 각각 다른 법정형이 규정된 경우가 있다. 소요죄와 다중불해산죄가 전자에 해당하고 내란죄가 후자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필요적 공범의 한 종류로는 앞서 말했듯 대향범이 존재한다.

이번엔 대향범에 해당하는 조문을 보도록 하겠다.

 

제246조 (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89조 (인신매매)

①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매매된 사람을 국외로 이송한 사람도 제3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제274조 (아동혹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인도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 인도를 받은 자도 같다.

 

 

위 세 조문의 경우, 서로 대립된 행위를 한 여러 명을 같은 형에 처벌하고 있다.

다음은 대향범 중에서도 법정형이 다른 경우를 보도록 하겠다.

 

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3조 (뇌물공여 등)

①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에 기재한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행위에 제공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금품을 교부한 자 또는 그 사정을 알면서 금품을 교부받은 제3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제269조 (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357조 (배임수증재)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이처럼 각각 다른 형으로 처벌하는 대향범이 있는가 하면, 아예 일방만을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제243조 (음화반포등)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52조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

①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제151조 (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127조 (공무상 비밀의 누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렇듯 필요적 공범 관계에서 각자 형벌이 별도로 규정된 경우, 형법 총칙의 공범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엔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4도3994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 아닌 자에게 고용되어 법률사무소의 개설.운영에 관여한 변호사의 행위가 일반적인 형법 총칙상의 공모, 교사 또는 방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를 변호사 아닌 자의 공범으로서 처벌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7.10.25 선고, 2007도6712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바, 세무사법은 제22조 제1항 제2호, 제11조에서 세무사와 세무사였던 자 또는 그 사무직원과 사무직원이었던 자가 그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을 뿐 비밀을 누설받는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세무사의 그 사무직원이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한 행위와 그로부터 그 비밀을 누설받은 행위는 대향범 관계에 있으므로 이에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이렇듯 판례에서 대향범 간의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 적용을 부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뇌물공여죄와 뇌물수수죄 사이,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와 그 처방전을 교부받은 자 사이 등 여러 대향범의 관계에서 형법 총론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범과 공범은 어떻게 구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위지배설을 다수설로 보고 있다.

즉 행위지배가 있으면 정범, 없으면 공범이 되는 것이다. 

행위지배설의 정의를 자세히 보도록 하자.

 

행위지배설

범죄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에서 발생하는 원인과 결과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정도가 될 때 공범으로서 범죄 성립과 책임 정도를 물을 수 있다고 보는 학설. 공범의 행위는 실행과 의사, 기능의 공동 분담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1인의 행위가 전체 범죄의 실행 지배이면 직접 정범, 의사의 지배이면 간접 정범, 기능의 공동 분담이면 공동 정범이 된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7a1bfdef2e42420d9ae8715a98996194

 

 

하지만 이 역시 모든 범죄에 적용될 수는 없다. 의무범, 신분범, 자수범 등 자기 스스로 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정범을 규정하는 학설 또한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확장적 정범개념

구성 요건적 결과의 발생에 조건을 설정한 자는 그것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정범으로 보는 개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ce166b92c7d34b6398b8e39cc7ac44ba

 

확장적 정범개념에 따르면 결과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자 모두를 정범으로 보기 때문에, 공범규정은 처벌을 축소시키기 위한 처벌축소사유에 해당한다.

 

제한적 정범개념

확장적 정범개념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타인의 개입 없이 직접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만을 정범으로 보는 정범개념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4971&cid=42131&categoryId=42131

 

따라서 제한적 정범개념에 따르면 공범규정이 따로 없을 경우 처벌하지 않게 되므로, 공범규정은 처벌을 확장시키게 되는 처벌확장사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공범의 종속성에 따른 학설을 정리하겠다.

 

종속성의 유무에 따라 공범종속성설과 공범독립성설로 나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공범종속성설을 통설로 취하고 있다.

 

공범종속성설

이 학설은 객관주의 범죄론의 공범이론으로, 공범의 가벌성이 정범에 종속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공범은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종속적으로 성립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범독립성설

주관주의 범죄론에 입각하여 공범과 정범이 독립하여 성립한다는 견해이다.
이 학설은 교사범과 종범 또한 그 자체로 범죄실행행위로 보며, 정범의 성립과 관계 없이 성립한다.
범죄를 행위자의 반사회성의 징표로 본다.

 

형법 제31조 제2항과 제3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도된 교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공범종속성설과 공범독립성설은 입장을 달리한다.

제31조 (교사범)

②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위 규정은 정범이 실행의 착수로 나아간 사실이 없음에도 처벌하기 때문에 공범독립성설의 유력한 근거로 보는 반면, 공범종속성설의 입장에서는 이를 특별규정으로 본다.

이와 같은 원리로 자살방조죄(제252조 제2항)에서도 각 학설은 위와 같은 견해를 취한다.

 

공범과 신분을 규정한 제33조에서도 두 학설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제33조 (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제33조는 앞 문장을 본문, 뒷 문장을 단서로 본다.

공범종속성설의 경우 신분의 연대성을 규정한 본문을 원칙규정으로 보며,

공범독립성설의 경우 신분의 개별성을 규정한 단서를 원칙규정으로 본다.

 


종속성을 인정하는 정도에 따라 종속형식에 대한 학설 또한 나뉜다.

M.E. Mayer는 이를 4가지 형식으로 구별한다.

 

최소한 종속형식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기만 하면 공범의 성립 인정
제한적 종속형식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또한 위법한 경우에 공범의 성립 인정
극단적 종속형식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할 뿐만 아니라 정범자에게 책임이 귀속되는 경우 공범의 성립 인정
초극단적 종속형식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을 모두 갖추고 더 나아가 가벌성의 조건까지 있어야 공범의 성립 인정

이 중 우리나라의 경우 제한적 종속형식을 통설로 하고 있다. 즉, 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을 갖추면 공범이 성립되며, 유책할 필요는 없다.

 


 


참고문헌